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진행한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4년차 보고서

 
데이터가 있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집단이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를 이해하고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사회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제안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트랜스젠더 집단이 겪는 삶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를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던 성소수자 건강 연구팀(연구책임자 김승섭 교수)은 직접 그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했습니다.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몇 차례 국가기관에 지원을 신청했지만, 국가기관의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더불어 여러 장벽으로 인해 매번 어려움에 좌절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연구비를 마련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크라우드펀딩 1호로 진행된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는 다음 스토리펀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2017년 1월 25일부터 3월 25일까지 총 16,749,000원의 연구비를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모금한 연구비를 가지고 2017년에는 총 278명의 트랜스젠더가 참여한 설문조사를 수행했고, 이 설문조사를 분석해 지난 4년 동안 단행본 <오롯한 당신>을 출판하고, 국제학술지에 네 편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책과 논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 글의 끝에 첨부했습니다.

논문만이 아닙니다.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는 미국공중보건학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고, 미국 브라운대학교나 메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초청받아 강연을 하기도 했으며, 202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선택교과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수업에서 발표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응원하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도 2017년 많은 이들의 힘이 모여 만들어낼 수 있었던 그 데이터로 지난 4년동안 연구자인 저희가 무엇을 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비극적 이슈들이 사회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숙명여대에 합격했지만 입학을 포기해야 했던 트랜스젠더 여성 A씨와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 당한 트랜스젠더 직업군인 변희수 하사의 상황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에는 한 달 사이에 변희수 전 하사와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 김기홍 씨, 그리고 트랜스젠더 극작가 이은용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져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슬픔과 분노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를 잃지 않고 ‘오롯한 당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구자로서 그 흐름에 함께 하기 위해 저희 연구팀은 계속해서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멈추지 않고 진행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1년 4월 26일
레인보우커넥션프로젝트 연구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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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https://www.rainbowconnection.kr/)

 

- 고려대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역학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

- 연구진 : 김승섭 교수(연구책임자), 박주영 박사, 박사과정 이혜민, 이호림, 주승섭, 최보경, 김란영, 석사과정 엄윤정

- 2016년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I - 한국 성인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 건강 연구”(총 2,335명)

- 2017년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II -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총 282명)

-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과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총 59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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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트랜스젠더 건강연구를 홍보하기 위해 차린 부스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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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관련 단행본 및 출판 논문

 

1. 단행본, <오롯한 당신 . 트랜스젠더, 차별과 건강>

- 연구팀은 2014년도부터 진행한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기반으로 단행본 <오롯한 당신 . 트랜스젠더, 차별과 건강>(숨쉬는책공장, 2018)을 출판하였다. 이 단행본은 “트랜스젠더의 차별과 건강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 연구”로 경향신문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다.

- 경향신문 링크: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805112142005&nlv

  
2. 트랜스젠더가 정신과 진단, 호르몬 요법, 성전환 수술을 받으며 경험한 장벽을 파악하고, 이러한 장벽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개입을 제시한 논문

- 트랜스젠더는 본인이 인지하는 성별과 태어났을 때 지정 받은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서 성별위화감을 겪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호르몬 요법이나 성전환 수술과 같은 의료적 트랜지션이 활용된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법적 성별정정이나 병역 면제와 같은 제도적 요인으로 인해 의료적 트랜지션을 하기도 한다. 이 연구는 트랜스젠더의 의료적 트랜지션 관련 경험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장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총 278명의 트랜스젠더가 참여한 전국 단위의 단면 연구,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II -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2017)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 의료적 트랜지션은 성주체성장애에 대한 정신과 진단과 호르몬 요법, 성전환 수술로 나누어 측정되었다. 전체 트랜스젠더 참여자 중 성주체성장애 정신과 진단 또는 호르몬 요법을 받은 이들은 각각 91.0%, 88.0%였으며, 한 번이라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이들은 42.4%였다. 참여자들이 의료적 트랜지션을 받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이 가장 빈번하게 제시되었다. 높은 의료적 조치 비용으로 인한 부담과 더불어, 의료기관에서 겪은 차별이나 부정적 경험,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과 의료시설의 부족, 그리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등이 의료적 트랜지션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마주하는 장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의료적 트랜지션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호르몬 요법이나 성전환 수술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수적이며,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진을 양성하기 위해 트랜스젠더 건강과 관련된 교육과 수련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 Lee, H., Park, J., Choi, B., Yi, H., & Kim, S. S. (2018). Experiences of and barriers to transition-related healthcare among Korean transgender adults: focus on gender identity disorder diagnosis, hormone therapy, and sex reassignment surgery. Epidemiology and Health, 40.  

- 논문 링크: https://www.e-epih.org/journal/view.php?doi=10.4178/epih.e2018005

  
3. 일반인구집단의 건강 수준과 비교하여 트랜스젠더가 겪고 있는 건강 불평등을 분석한 논문

- 이 연구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만연한 한국에 거주하는 성인 트랜스젠더의 건강 격차를 파악하고자 했다. 2017년 연구팀에 수행한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II -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에 참여한 총 255명의 트랜스젠더 참여자의 자료를 분석하여 흡연, 위험 음주, 우울 증상 및 자살 관련 행동 등을 포함한 아홉 가지 건강 상태를 측정하였다. 동일한 측정 도구를 통해 참여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한 국가 대표성 있는 설문조사를 함께 활용하여 일반인구집단의 건강과 트랜스젠더 집단의 건강을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트랜스젠더 집단에서 부정적인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을 위험이 전반적으로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트랜스젠더 참여자와 일반인구집단 사이의 격차는 정신 건강과 관련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울 증상의 경우,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트랜스젠더 참여자에게서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자살 생각과 시도 역시 심각한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제시하고, 트랜스젠더의 건강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공중보건학적 개입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 Lee, H., Operario, D., van den Berg, J. J., Yi, H., Choo, S., Kim, S. S. (2020). Health disparities among transgender adults in South Korea. Asia Pacific Journal of Public Health, 32(2-3), 103-110.  

- 논문 링크: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1010539520912594

 
 
4. 트랜스젠더가 스스로 내재화한 트랜스혐오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논문

- 해외에서 발표된 많은 연구들이 트랜스젠더의 정신건강 격차에 기여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성별 소수자 스트레스를 제시한다. 성별 소수자 스트레스는 트랜스젠더가 본인의 성별 정체성으로 인해 외부적(예: 차별, 폭력) 그리고 내재적(예: 내재화된 트랜스혐오, 부정적 경험에 대한 예상)으로 겪는 스트레스는 말한다. 이 연구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II -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2017)에 참여한 총 207명의 트랜스젠더 참여자의 자료를 분석하여 성별 소수자 스트레스 중 내재화된 트랜스혐오가 트랜스젠더의 우울 증상 및 자살 관련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했다. 내재화된 트랜스혐오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참여자의 내재화된 트랜스혐오를 평가하기 위해, 해외에서 개발된 내재화된 트랜스혐오 측정 도구를 문화 간 번안 방법(Cross-cultural adaptation process)을 통해 한국어로 번역하여 활용하였다(한국어 번역본은 논문의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다). 연구 결과, 내재화된 혐오 수준이 한 단위 높아질수록 우울 증상, 자살 생각, 그리고 자살 시도를 할 가능성이 각각 1.30배, 1.20배, 그리고 1.4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재화된 트랜스혐오를 줄여 궁극적으로 정신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이들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줄이기 위한 법·제도적 조치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 Lee, H., Tomita, K., Habarth, J., Operario, D., Yi, H., Choo, S., Kim, S. S. (2020). Internalized transphobia and mental health among transgender adults: A nationwide cross-sectional survey in South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Transgender Health, 21(2), 182-193.  

- 논문 링크: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26895269.2020.1745113

  
5. 트랜스젠더가 겪은 차별이 의료기관 방문을 회피하거나 연기하는데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

- 트랜스젠더가 본인의 성별 정체성으로 인해 겪는 성별 소수자 스트레스는 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접근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연구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II -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2017)를 활용하여 트랜스젠더의 차별 경험과 이들의 의료기관 방문 회피 및 연기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성인 트랜스젠더 참여자 244명에게 지난 12개월 동안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차별 경험을 보고한 이들에게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였다. 차별 이유로는 트랜스젠더 정체성, 외모, 교육수준 등 총 12가지가 제시되었고,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 차별 관련 경험과 이유에 기반하여 참여자를 총 네 개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1)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음, (2) 트랜스젠더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만 경험함, (3)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인한 차별만 경험함, 그리고 (4)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다른 이유로 인한 차별을 경험함. 연구 결과, 참여자 중 트랜스젠더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만 경험했거나 트랜스젠더 정체성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인해 차별을 경험한 경우 이러한 경험이 전혀 없는 집단에 비해 지난 12개월 동안 의료기관 방문을 회피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각각 1.91배, 1.96배 높게 나타났다. 의료기관에 가는 것을 회피하거나 연기하는 행위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트랜스젠더가 경험하는 차별은 이들의 건강 격차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 Lee, H., Operario, D., Yi, H., Choo, S., Kim, J-H., Kim, S. S. (2021). Does Discrimination Affect Whether Transgender People Avoid or Delay Healthcare?: A Nationwide Cross.sectional Survey in South Korea. Journal of Immigrant and Minority Health.  

- 논문 링크: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10903-021-01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