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8일 ‘철도의날’에 고속철도 경쟁체제, 다시 말해 KTX-SRT 분리를 옹호하는 기고문이 경향신문에 실렸다. 그 글에서 철도 경쟁체제의 예시로 언급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과 독일이었다. 일본에서 공부하는 필자로서는 사실과 다른 이런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과연 정말로 일본의 철도는 ‘경쟁체제’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일본의 민간 철도 기업, 사철(私鐵)을 중심으로 그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김영준 도쿄대학 공학계연구과 도시공학전공 박사과정

김영준 도쿄대학 공학계연구과 도시공학전공 박사과정

먼저 일본의 주요 사철 회사들은 ‘철도 수송’만으로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 부대사업이 극도로 제한된 한국의 철도 사업자와 놓인 환경이 애초에 다른 것이다. 그들의 사업 영역은 백화점을 비롯하여 부동산, 레저, 교육, 상조 서비스까지도 포괄한다. 그러다 보니 사철 각 사의 전체 매출에서 철도 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 순수익으로 치더라도 30~40%대에 불과하다. 도쿄와 오사카의 교외에서는 사철 회사들이 분양한 집에서 살고, 사철로 통근하며, 사철의 백화점에서 장을 보는 생활 패턴을 흔히 접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업 모델은 어느덧 100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교외 생활 전반을 사철이 지탱하는 과정에서, 각 사철 회사는 ‘빠르고 효율적인 철도 수송’보다 연선(沿線)의 ‘생활권’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구축할지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각 사철 회사들은 매년 막대한 금액을 철도 시설 개량에 투자하지만 이는 편리한 출퇴근길을 마련함으로써 자기들의 연선에 더 많은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한 수단이지 수송 경쟁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