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 후 첫 수업은 한문 시간이었습니다. 1번부터 앞으로 나가 칠판에 자기 이름을 한자로 써야 했는데 대부분 쓰지 못했고 그 벌로 매를 맞았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저는 꾀를 냈습니다. 마침 내가 아는 한자가 있어서 날조한 거죠. 李正毛(이정모)라고 말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毛(모) 때문에 들통이 났고 괘씸죄로 첫날부터 호되게 당했죠. 그날 제 심정은 이랬습니다. “우씨, 가르치지도 않고 모른다고 때리면 어떻게 해! 삐뚤어질 테다.”

좋은 선생님이 계실 땐 한자가 재밌었습니다. 제게 좋은 선생님이란 때리지 않고 재밌는 이야기로 수업을 이끄는 분입니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矛盾(모순) 같은 겁니다. 글자는 단지 ‘창과 방패’를 뜻하지만 그 뒤에 있는 이야기가 재밌죠. 창과 방패 장수가 “이 창은 아무리 튼튼한 방패도 뚫어버리는 괴력의 창입니다. 그리고 이 방패는 세상의 모든 창을 능히 막을 수 있죠”라며 떠벌일 때 한 구경꾼이 “그러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오?”라고 따집니다. 모순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사용하는 일상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