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ESC 어른이 실험실 탐험! '때맞음의 물리학'
#Kuramoto_model #통계물리학 #때맞음 #동기화 #박수

 

자 어디 한번 나의 박자에 맞춰봐라!

 

콘서트에서 명목상(?) 마지막 곡이 끝나면 청중들은 앙코르를 외치며 박수를 칩니다. 신기하게도 콘서트장에 있는 모두와 함께 같은 박자로 박수를 친 경험이 한번쯤 있으신지요. 앞에서 지휘하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다 같이 '때'를 '맞추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번 여덟 번째 어른이 실험실 탐험에서는 바로 이 '때맞음(동기화)'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통계물리학자이신 성균관대 교수 김범준 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괴로워 할 어른이들 생각에 신나신 김범준 님 (feat. 미적분)

 

범준 님께서는 먼저 몇가지 신기한 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메트로놈 여러 개를 고정되지 않은 널빤지 위에 놓았더니 얼마 후에 모두 같은 박자로 진동하는 모습, 런던의 밀레니엄 브릿지 위에서 보행자들이 걷는 주기가 비슷해져 다리의 진동이 증폭되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모습 등등. 정말 흥미로운 영상이었습니다.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도 솟아올랐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다가올 고생은 모르고...)

본격적인 설명을 듣기 전에, 먼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손으로 치는 박수 소리는 나중에 분석하기 어렵기에, 범준 님 연구실에서 좀 더 쉽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해요. [Clap!!]을 누르면 비프음이 나고, [Send] 버튼을 누르면 [Clap!!] 버튼을 누른 시간이 서버로 전송됩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참가자들이 비프음을 내면서 서로 서로 타이밍을 맞추는 거에요.

 

[Clap!!] 버튼을 누르면 비프음이 나는 귀여운 웹 페이지
실험이 끝난 후에는 참가자 모두가 동시에 [Send] 버튼을 눌러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
* 연구에 협조해주실 단체가 있다면 꼭 미리 beomjun{AT}skku.edu로 연락해주세요.

 

강의실 전체가 삑삑 거리고 있어!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거의 모든 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때맞음을 관찰한 거지요. 하하, 쉽네. 여기까진 즐거웠어요. 바로 다음 순서로, 방금 우리가 만들어 낸 따끈따끈한 데이터가 가공되길 기다리면서 대체 어떻게 때맞음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이론을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머리속에 이런 메트로놈이 장착되어 있었다면 드러머를 하는 건데!

 

먼저 마치 메트로놈처럼 정확하게 일정한 박자로 박수를 치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사람의 행동은 위와 같은 수학적 모형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해요. 으잉? 이게 박수치는 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박수라는 건 일정한 주기로 손뼉을 치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건데요. 이것은 마찬가지로 일정한 주기(각속도)를 지닌 원운동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위 그림에서 점 Z가 가로축을 통과할 때(Φ = 0일 때)마다 손뼉이 부딪힌다고 생각해보면 쉽겠네요. 꼬치 모양 기호 Φ는 각도를 뜻하는데, 그 위에 점이 하나 찍혀있는 건 Φ의 시간당 변화율 즉 각속도를 가리켜요. 이게 상수 ω로 일정하다면, 계속 같은 박자로 박수를 치게 되는 거지요.

여기까진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럼 여러 사람이 같은 박자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자 자신만의 박자를 고집한다면 때맞음이 일어날리 없겠지요. 쿠라모토 요시키(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아님, X 재팬 드러머도 아님)라는 훌륭한 물리학자께서 이런 발상을 해내셨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박수 소리가 나보다 빠르다면 박수 속도를 높이고, 나보다 느리다면 속도를 늦추면 된다는 거지요. 사람이 많이 모인 경우에는 여러 사람에게 받는 영향의 평균을 취하면 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모형이 Kuramoto model입니다. 먼저 박수 치는 사람이 두 명일 때를 살펴 봅시다. 편의상 사람 이름 대신 1번, 2번으로 부르지요.

 

박수 치는 사람이 두 명 일 때 (K 값이 클 수록 주변을 더 신경쓴다고 할 수 있다. 작으면 박치)

 

2번의 박수가 1번의 박수보다 빠르다면, 1번은 더 빨리 치고, 2번은 더 느리게 치면 되겠죠? 반대의 경우라면, 1번은 더 느리게 치고, 2번은 더 빨리 치면 되겠고요. 이때 각각이 느끼는 소리의 간격이 크다면, 즉 Φ1과 Φ2의 차이가 크다면 박수의 속도를 늘리거나 줄이는 정도를 크게 해야 서로 더 잘 맞출 수 있습니다. 한편 둘 중 하나가 아무리 앞서나가더라도 Φ1와 Φ2의 절대적인 차이는 2π 미만으로 제한됩니다. 한바퀴 돌면 제자리로 돌아오니까요. 이러한 부분은 사인함수를 도입해서 K sin(Φ1 - Φ2)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K 값은 주변의 소리에 신경 써 박자를 맞추려는 경향의 정도로 볼 수 있겠고요. K 값이 크면 클 수록 때맞음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을 때, 즉 N명이 박수를 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박수 치는 사람이 N 명일 때 Kuramoto model

 

i)에 해당하는 항들은 때맞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합하면 서로 상쇄되어 무시할 수 있습니다. ii)의 경우만 신경쓰면 됩니다. N이 충분히 크다(무한하다)는 전제 하에, 첫 번째 식의 시그마(Σ)에 해당하는 부분을 ∫g(ω)dω로 바꿔쓸 수 있습니다. 적분 구간은 앞서 살펴본 i), ii)에 따라 [-Kr, Kr]이 됩니다.  g(ω)는 ω에 대한 확률 분포 함수로, 흔하디 흔한 정규 분포의 형태를 가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을 진행해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주변의 영향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K 값이 커짐에 따라 특정한 지점 Kc에서 갑자기 때맞음이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자세한 계산은 첨부 파일 Kuramoto-model.pdf 참조) 마치 100℃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아래 그림의 K = 1.596 부근에서 r 값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N에 따른 K 값과 r의 상관관계 (성균관대 통계물리연구실 제공)

 

'어른이 실험실 탐험이라고 해서 왔는데 수학 교실이네요'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번 회차에선 이론 공부 시간이 길었지요. 하지만 이론은 실험적 증거를 통해 확인되어야 하는 법! 우리가 머리를 꽁꽁 싸매고 Kuramoto modeld을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연구실 스텝께서 앞선 실험의 데이터를 정리해주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세요. 옆으로 긴 막대기 하나가 개인의 데이터입니다. 가로 방향이 시간축, 검은 줄은 비프음을 낸 시각이에요. 뒤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비프음을 낸 '때'가 점점 '맞아'가지요?

 

참가자들이 클릭한 시간 데이터 (성균관대 통계물리연구실 제공)

 

박수를 치는 간격(dt)의 시간에 따른 확률 분포 그래프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에 따라 넓고 낮았던 그래프 모양이 좁아지고 높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네요. 모두가 비슷한 간격으로 박수를 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직접 데이터로 확인하니 신기합니다.

 

시간에 따른 박수 간격의 확률 분포 함수 (성균관대 통계물리연구실 제공)

 

'앞에서 지휘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모두가 같은 박자로 박수를 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이를 물리적(수학적) 모델로서 설명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실마리는 '모두가 주변의 소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었지요. 복잡한 수식에 잠시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일상적인 현상을 추상화해서 이해하는 경험은 매우 뜻깊고 재미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 이었지만 밀도 있게 물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 탐험도 매우 기대됩니다!

 

짝짝짝, 어른이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