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21회 열린정책위원회 정기모임
일시: 2019.3.2.Sat. 15.00-18.00
장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관: ESC 열린정책위원회
기록: 김준, 김찬현

발표 내용 일부 요약:

교육부 정책연구과제인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 연구’에 참여한 전준하 님께서 ‘대학원생 때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해당 과제는 인권센터 설치 확대 및 기능 강화 방안과 조교 복무 가이드라인에 대한 연구였으나, 이날 발표는 해당 연구 자체보다는 과제 종료 후의 비판적 성찰 혹은 질문이 담긴 이야기가 공유되었다.
대학원생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신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가?’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때 후자의 질문에 대해 도제식 교육이 문제라는 대답이 종종 나온다. 그러나 도제식 교육만으로는 대학원생과 교수 관계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대학원생과 교수의 관계는 도제식 교육이라는 규범 뿐만 아니라 연구비 배분 및 재정지원 제도, 학과 및 대학 거버넌스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교수는 대학원생의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으로서, 연구실과 외부를 잇는 유일한 통로로, 번역 혹은 굴절의 능력을 지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모든 교수가 ‘괴수’인 것은 아니지만, 어떤 교수는 괴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수이지 않고서는 괴수가 될 수 없다. (교수 ⊃ 괴수)
대학원생을 ‘학생노동자’로 규정하는 관점의 한계도 되짚어 봐야 한다. 학생노동자는 현 제도 하에서 문제시 되는 이중적 정체성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학생과 노동자라는 각 단어가 지니는 관념을 깨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메인테이너’라는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 메인테이너는 기반 인프라가 별 탈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유지하고 보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현실에서의 행위, 역할 및 기능에 기반한 이해에 비춰볼 때, 대학원생은 대학과 학계를 유지시키는 행위자인 것이다. 각종 조교, 학생연구원, 학회 간사 등의 역할을 떠올리면 된다. 스타이펜드(stipend) 또한 임금 혹은 장학금 중 어느 한쪽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유지 비용으로서 이해 가능하다.
대학원 과정의 프로젝트화가 진행되는 추세에서, 학업/연구 활동과 과제/조교 활동이 겹치는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둘 사이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현재의 연구제도상 교수는 중소기업 사장과 다를 바 없는 역할 즉 유능한 관리자 역할이 요구받는다. 상대적으로 지도자 혹은 조언자의 역할 수행이 어려워진다.


참석자 코멘트 모음:

“90년대 말에는 대학원에서 교수에게 연구비를 받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다. 학생수 대비 수업 조교의 자리가 오히려 모자랐다. 당시 등록금은 150만원 이었고, 조교비는 월 20~30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구 과제를 딴 뒤에는 모든 대학원생이 그 과제에 매달렸다. 교수가 왜 일을 시키고 공부를 못하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인권센터가 학교 입장 대변하는 게 너무 큰 것 아닌가 싶다.”

“대학이 인권센터 설치하게 된다고 해도 어떻게 할지는 자율에 맡겨진다. 보직 교수 같이 앉힌다든지 하면 독립성 담보가 어렵다. 일상적 실천 속에서 인권 의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인권센터가 있으면 제발 저릴 사람들이 많다. 경각심을 환기할 수 있으며, 대학원생도 쉽게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박사는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프로젝트 몰아줘야 선정 가능하다. 학부생 때 펠로십 받아야 대학원 진학 가능하게 해야 한다.”

“가장 약한 대학원생에게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물어보는 게 문제다. 정부에서 학교를 연구소로 착각하는 것 같다. 훈련 끝나지 않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교수가 직접 연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부 칼럼에서 사제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연구자에게 관리자 정체성 요구하는 현실의 추세에 반하는 면이 있다. 교수는 연구자, 관리자, 교육자의 삼중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다.”
 
“교수 1인과 여러 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대학원 연구실은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현재 대학원생만 짐을 지고 있는 메인테이너 역할을 분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구조조정도 필연적이다. 테크니션이나 스탭 사이언티스트를 늘려 대학원생과 교수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현재는 대학 교수의 임금은 비싼 반면 대학원생을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싸기 때문에, 테크니션이나 스탭 사이언티스트가 자리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다른 산업에서 메인테이너 역할을 볼 때, 현장에서 높은 임금 받던 이들의 일을 외주로 전환하는 방식이 대학원생 늘리는 것과 유사하다. 이주 노동자 끌어오는 것과도 유사하다.”

“교육중심대학 + 연구소가 생겨야 한다. 연구를 하지 않으면 대학에서도 돈을 벌어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BK 등이 생기면서 서울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든 후에, 다른 대학들도 다 그에 따라서 연구중심대학화가 된 것 같다.”

“대학원생 노조 대척점이 교수가 아니다. 갑질 교수에 대한 논쟁에서 대학은 학생-교수 대립 구도를 만들고 심판자 역할만 한다. 대학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를 떠넘기는 셈이다.”

“어떤 PI든 유룡 교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출연연 등은 대학원생이 배울 의지 없는데 오는 경우가 많다. BK 끝나고 왔는데도 대학원 구조가 바뀌지 않아서 놀랐다. 기본적인 문화가 문제다. 막해도 되는 이들에게 막하는 사람 많은데, 점차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원 만드는 데 인센티브가 너무 크다. 교육부에 해결할 의지가 없다. 교육대학 연구대학 분리하고 다른 식으로 지원한다든지 해야 한다. 미국은 T01 T02로 나뉘어있다. 대학원 유지할 수 있는 동안 바꿔야 한다. 교육부 정책이 탑스쿨과 연계돼 있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외국에 있던 교수들도 한국에만 오면 괴수가 된다. 개인 문제만은 아니다.”

“철저하게 교육이 분리된 연구중심대학이 문제라고 본다. 연구에 교육이 들어가야 한다.”

“개선할 수 있을 만한 걸 시도해보고 나누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대학원생 문제를 법률 문제로만 보고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 평가에 대학원생 인권과 관련된 지표가 들어가면 어떨까."

“앞으로 김박사넷이 미칠 영향이 어떨지 궁금하다.”

참석자: 전현우, 지은경, 박준우, 송민령, 윤태웅, 김기상, 김준, 김찬현, 이강수, 김래영, 이기욱, 이진환, 강범창, 전준하, 김정호, 최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