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역연구계약이 국가R&D사업 위탁연구계약임을 파악하여 4.2 단락 설명을 수정하였습니다.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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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8. 이 글을 쓰는 현재, 과학기술계에는 신성철 KAIST 총장의 비위 혐의 고발 및 직무정지 건과 관련해서 설왕설래가 오고가고 있습니다. 과실연과 KAIST 교수협 운영위에서는 이 문제로 성명도 발표했고, 물리학자 800명도 정부의 고발 및 직무정지요청 처분에 대해 규탄하며 서명하는 등, 과기계의 핫이슈였지요. 

얼마 전에 열린 KAIST 이사회에서는 결국 직무정지 결정을 내년 3월로 유예하면서 잠시 일단락되긴 했습니다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상, 수사 결과에 따라 차후 다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SC 열린정책위원회는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던 무렵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 사건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단락됨에 따라, 저는 이 사건에 대해 그간 알려진 주장들을 취합하여 정리하고, 신 총장에게 어떤 혐의가 있으며 반론은 어떠한지 검토해보며, 추후 법정공방이 될 경우 어느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 단체가 이 사건의 어떤 면에 집중해야 할지 가늠해보고자, 이 사건에 대하여 정리 및 분석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열정위 위원분들의 조언 및 제보 등의 도움에 힘입어 서술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 수록된 의견(견해)는 온전히 제 주장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향후 수사 경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달라져서 판단 역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ESC 회원 분들이 이 글을 통해 이 사건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고발조치된 혐의

현재 기사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성철 KAIST총장(이하 신 총장)에게 제기된 혐의*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① 임 모씨 부당 채용 및 부당 급여 지급: 업무방해 및 배임
② 사업비 부당 집행: 국가계약법 위반 및 배임

*혐의: 혐의는 범죄사실이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며, 형사소송법 제195조 및 제196조에 따라 수사개시의 근거가 됩니다. 형사재판절차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지만(형사소송법 제307조)", 범죄혐의는 범죄사실이 있을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재판절차에서의 '범죄사실의 인정'처럼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엄밀한 증명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구성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관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제보를 통해 신 총장의 비위 사실에 대해 감사한 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3에 따라 신 총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함과 함께, 신 총장의 현재 직책인 KAIST총장직을 직무정지할 것을 KAIST이사회에 요청하였습니다. 현재 KAIST 이사회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직무정지 표결을 유예한 상황입니다. 

 

2. 수사의뢰(고발) 및 직무정지요청에 관하여

관련법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3(비위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9조의3(비위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3의 규정은 공공기관의 채용 및 금품수수 비위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소관부처가 아무 제재도 취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생기는 기관 운영 파행 및 갈등 문제를 방지하고 봉합할 목적으로 도입된 법규정으로서, 2018년 3월 27일에 신설되었습니다. 해당 조문에는 특정한 "비위행위를 한 사실이 있거나 혐의가 있는 경우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금품비위와 채용비리가 이에 해당하며,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의3에서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습니다. 임 모씨 인사관련 비리혐의는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의3 제1항 2호 및 5호, 사업비 부당집행은 같은 법 시행령 해당 조문 제1항 2호에 해당하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이 법률 제52조의3의 적용을 받는 혐의입니다.

해당 조문에는 "수사 또는 감사를 의뢰하여야 한다"라고 쓰어있습니다. 따라서 '수사 또는 감사'의뢰는 반드시 해야 하는 강행규정이며, 방기할 시에는 위법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의3 제2항에서는 문제의 혐의가 범죄혐의인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수사의뢰(고발)을(제2항 1호), 범죄혐의는 아니나 주무기관장(장관)이 직접 감사하기 어려운 사안이면 감사 의뢰를(제2항 2호 및 3호)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혐의는 형법 형법상 범죄인 배임 및 업무방해 혐의이므로, 주무부서인 과기정통부는 이 법령에 따라 신 총장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직무를 정지시킬 것을 건의ㆍ요구할 수 있다"로 되어있으므로 '직무정지'는 임의규정입니다. 따라서 이는 주무기관장의 재량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없던 내용이 새로 생긴 것이기에,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직무정지를 권장한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법의 입법취지에 따르면 직무정지요청을 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현재 KAIST이사회는 과기정통부의 직무정지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문제를 내년 3월인 다음 회기에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3. 임 모씨와 관련한 부당 채용 및 급여 부당 지급 혐의에 관하여

관련법규: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형법」 제355조 제2항(배임),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정관」 제27조(직원 등의 임면)

 

3.1 임 모씨와 관련한 부당 채용 혐의에 관하여: 업무방해 혐의

과기정통부 감사에 따르면 DGIST에서 겸직교수 채용은 전공책임교수가 “필요에 의해 채용하도록” 되어있으나, 신 총장이 2013년 1월에 자신의 제자인 임 모씨를 채용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포착하여 검찰에 "업무방해"로 고발조치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신 총장은 이에 대하여 주장하기를, 임모씨의 채용과 관련하여 관여한 바가 전혀 없으며, 채용은 전공책임교수가 최종 결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걸쳐 임명했다고 합니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표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기타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착오(mistake)나 부지(ignorance)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대법원 2006도3839),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및 혼란하게 할만한 일체의 억압적 방법으로써(대법원 2011도16718) 폭행ㆍ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지위나 세력을 이용하는 것을 포괄합니다. "타인의 업무"는 행위자 이외의 자연인과 법인 및 법인격 없는 단체를 가리키는데, 교직원 채용업무는 DGIST라는 법인의 업무로서, 총장에게 임면권이 있다고 할지라도(DGIST 정관 제27조), 총장은 단지 DGIST라는 기타공공기관법인의 기관(여기서는 총장직)으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므로(대법원 2005도6404), 채용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객체인 "타인의 업무"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업무를 방해"한다는 의미는, 업무 방해라는 결과 발생은 물론이요,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있는 경우도 해당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성립합니다(대법 2006도1721).

따라서 신 총장의 해당 혐의는, 단순히 특정인의 채용을 지시한 것만으로는 업무방해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허위사실 유포ㆍ위계ㆍ위력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채용에 영향을 주어서 채용 업무 수행 뿐만 아니라 채용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을 방해할 위험을 가해야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서울농수산물공사 채용비리 사건에서 기소된 사장의 경우에는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으나(대법원 2005도6404), 수협 채용비리 사건에서 기소된 조합장의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된 적도 있으며(대법원 2009도8506),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하급자에게 지시하여 특정인의 채용점수를 높여서 채용한 사건에서도 업무방해죄가 인정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17도17455). 따라서 부당채용 혐의와 관련해서는 채용절차에서 총장이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개입하여 채용의 공정성을 방해하였는지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채용절차 중에 담당자의 반발이 있었다면 업무방해죄의 인정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나, 내부에서 담당자들의 반발 없이 채용이 이루어졌다면 유죄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3.2. 임 모씨와 관련한 급여 부당 지급 혐의에 관하여: 배임 혐의

또한 과기정통부의 감사에 따르면 임 모씨가 DGIST에 재직하는 동안에 신 총장의 지시로 연구분야와 관련없는 연구과제 참여인력에 포함되었으며, 임 모씨는 실제로 이 연구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가 지급되었기에 급여가 부당 지급 되었으며,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기정통부의 주장에 대하여 신 총장은 해당 연구과제 참여인력 포함과 관련하여서는 자신이 관여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배임이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란 위의 설명과 같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그 사무를 처리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 즉 대내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는 자"를 말합니다.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말은 배임행위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 사무를 맡긴 본인의 신임를 배신하여 경제적인 의미로서 재산상의 이득(소유권 취득, 채무 면제 등)을 자기가 취하거나 제3자에게 취하게 하여 사무를 맡긴 본인이 경제적 의미로서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하게 하는 경우(대법원 99도334)를 말합니다.

즉, 배임은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② 사무를 맡긴 본인의 신임을 배신하여 ③ '불법이득의사'를 가지고 ④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 ⑤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을 야기하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불법이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재산을 자기의 소유재산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및 처분하려는 의사를 의미합니다(대법원 95도3057). 또한 타인의 사무가 '업무상의 임무'라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가중처벌되는데, 여기서 '업무'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 반복하여 행하는 사무"를 말합니다. 따라서 '직업적으로 하는 일'은 업무에 해당합니다.

이 쟁점은 과기정통부와 신총장이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주장을 따르면 제3자인 임 모씨가 인건비를 지급받아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도록 허위로 연구과제 참여인력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하여 연구과제를 위탁한 사람(자연인 및 법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으므로(불필요한 인건비를 지출하게 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 총장은 혐의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① 연구과제에 허위로 참여하여 실제로는 해당 과제를 연구한 사실이 없다는 혐의사실과 ② 신 총장이 임 모씨를 연구과제 참여인력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쟁점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4. 사업비 부당 집행 혐의에 관하여

적용법규: 「형법」 제355조 제2항(배임),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계약사무의 위임ㆍ위탁),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계약담당공무원의 재정보증), 기획재정부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 제2조(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운영관리지침」 제7조 제4항(지원조건), 제12조(진도관리), 제13조(단계평가) 제20조(협약의 변경)

 

4.1. 4자간의 계약관계에 관하여

DGIST는 주무관청(현재 과기정통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서, 2012.12.01.부터 2020.12.31.까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에 선정되어 “LBNL-DGIST 공동연구센터” 과제를 수탁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LBNL-DGIST-한국연구재단(or 과기정통부) 형태의 계약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연구재단과 과기정통부는 DGIST의 해당 사업에 관한 비용을 지원하면서 감독하는 계약관계를, DGIST와 LBNL은 공동연구수행과 관련된 계약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반면에 LBNL과 한국연구재단, LBNL과 과기정통부, 한국연구재단과 과기정통부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상호간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습니다.

 

4.2. 사업비 부당 집행 혐의의 쟁점에 관하여

과기정통부의 주장은 DGIST는 한국연구재단의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에 선정되어 사업 지원을 통해 LBNL과 공동연구협약을 맺어서 연구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하는데, DGIST가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운영관리지침」 제7조 제4항에 근거하여 XM-1 장비사용료와 관련하여 2014.08.~2016.07. 기간 동안 25%의 현물투자를, 2016.08.~2018.07. 기간 동안 50%의 현물투자를 받아서 무상 사용한다고 한국연구재단에 연차보고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한국연구재단에 보고되지 않은 용역연구계약(국가R&D사업비)을 통해 장비사용료 명목으로 약 22.1억원이 LBNL로 지급되었고, 그 22.1억원의 40%는 LBNL의 간접비로, 60%는 임 모씨의 급여로 지급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주도한 것이 신 총장이라는 것이 과기정통부가 감사를 통해 주장하는 혐의입니다.

이에 대해 신 총장과 LBNL이 주장하기를, LBNL과 DGIST와의 연구협약은 ‘계약은 하나의 전략적 파트너십 프로젝트’(SPP)로서 이루어졌으며. 미국법령 및 미국 에너지부(DOE) 관례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집행된 장비사용료는 2014년과 2016년에 계약내용 변경에 합의하여 장비사용에 관한 추가비용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출한 것이라 해명하였으며, 제자 임모씨 역시 LBNL에 적법하게 채용되어 연구활동을 한 것이며 장비사용료로 지출된 비용이 임 모씨의 급여로 지급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4.2.1. 사업비 부당 집행과 관련하여 국가계약법 위반 혐의에 관하여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 제2조에 따르면, 해당 규정에 없는 사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운영할 것을 주문합니다. 국가계약법 제6조와 국가계약법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계약사무는 재정보증을 받은 계약관(계약담당자)를 통해 계약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타공공기관인 DGIST는 재정보증된 계약담당자를 통해 LBNL과 계약해야 합니다. 국가계약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해당 조문이 강행규정이냐 임의규정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과기정통부의 주장에 따르면 DGIST는 LBNL와의 계약에서 재정보증이 없는 연구실무자를 통해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국가계약법 제6조를 위반하였다고 합니다. 신 총장은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반대주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계약법 위반에 관하여는 아직 다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 LBNL이 국가계약법 위반 행위에 관여하거나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합니다. LBNL이 선의의 제3자라면 DGIST를 상대로 계약이 무효된 바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LBNL이 선의의 제3자인지의 여부는 아래 4.2.2 단락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2.2. 사업비 부당 집행에 따른 배임 혐의에 관하여

이 혐의의 쟁점은,
① 정말 한국연구재단이 장비사용료 지급에 대해 몰랐을 경우에 DGIST가 한국연구재단을 고의로 기망하였으며 신 총장이 이러한 배신 행위를 주도하였는지,
② 그러한 신 총장의 배신 행위를 통해 LBNL 또는 임 모씨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도록 개입하여 DGIST에게 사무를 맡긴 자(즉 국가)가 손해를 입거나 손해를 입을 위험에 빠진 것인지
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과기정통부를 통해 주장하기를, DGIST가 사업실적을 보고하면서 SPP 전체가 아닌, 그 중 장비사용에 관한 현물투자 계약내용만 기입된 공동연구협약(SOW)만 첨부 및 보고하여 장비무상사용인 것처럼 한국연구재단을 기망하였고, 지침 제20조에 따라 2014년과 2016년에 있었던 협약 개정 보고에서도 SPP에 포함된 용역연구계약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한국연구재단은 용역연구계약 및 용역연구계약에 따른 장비사용료 지급 사실을 알지 못 했습니다. 만일 과제 선정 및 평가 절차에서 '장비의 무상 사용'이 선정 및 평가 판단에 있어서 주요 이점으로 작용했다면, 고발내용에는 없지만 사기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도 따져볼 수 있을 듯 합니다만, 여기서는 고발된 혐의만 살펴볼 것이므로, 사기죄를 추가로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배임죄와 사기죄는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므로 형법 제40조(상상적 경합)에 따라서 가장 중한 죄인 사기죄의 형량에 따라 처벌합니다(대법원 2017도8449).

그런데 SPP에 포함된 용역연구계약은 DGIST 내에서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과는 별개의 회계로 지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용역연구계약에 대해서는 과기정통부도 신 총장도 상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에 그 구체적인 내용이 불분명하지만, 동아사이언스 기사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국가R&D사업) 연구용역계약이라고 하며, 국가R&D사업 관리주체는 과기정통부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즉, 중복과제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은 과제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상호 검토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과 관련하여 장비사용료가 이 국가R&D사업 용역연구계약을 통해서 지급되고 있는지에 관하여는 두 감독기관이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기망 행위를 통해 장비사용료 22.1억원이 LBNL에 지급되었고, 이 비용의 일부가 신 총장의 개입을 통해 임 모씨의 급여로 쓰였기 때문에 배임 혐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배임죄의 구성요건과 관련해서는 위의 3.2 단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무를 맡긴 '본인'이 재산상 손해를 입었거나 입을 위험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의 '본인'은 국가입니다. 장비사용료가 국고에서 지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과 2016년의 두 차례 계약 갱신 때에 한국연구재단에 장비사용료 내용을 보고하였으면 이 장비사용료는 한국연구재단 사업비로 지출될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아니하고 국가R&D사업비에서 장비사용료 명목으로 22.1억원이 지출되었습니다. 만일 중복과제라면, 국가R&D사업을 연구기관에 위탁하고 관리하는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사업비를 지원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이 됩니다. 장비사용비는 본래대로라면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신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야 합니다. 장비사용료 지급을 통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주체는 일단 LBNL인데, 과기정통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 장비사용료 22.1억원 중 40%는 LBNL의 간접비로 사용되었고, 나머지 60%는 임 모씨의 급여로 쓰였다고 합니다. 즉 과기정통부의 주장에 따르면 LBNL과 임 모씨가 이 사건에서 제3자로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이며, 과기정통부는 임 모씨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LBNL의 서한에 따르면, DGIST와의 계약은 미국법과 DOE 관례에 비추어 적법한 계약임을 천명합니다. 그러나 현재 문제가 되는 사안은 DGIST와 한국연구재단과의 채권채무관계이지, LBNL과 DGIST와의 계약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습니다. 설사 임 모씨의 급여 명목으로 LBNL를 거쳐 이 흘러 들어갔다고 할지라도,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거래한 '선의의 제3자'로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LBNL의 회계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꼭 회계가 아니더라도, 신 총장의 개입이 입증되고 장비사용료 지급과 임 모씨의 급여 지급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면 배임죄는 성립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하여는 기사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 많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사실관계가 어떠한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임 모씨가 LBNL에 채용된 것은 신 총장의 인사개입의 결과라는 과기정통부의 주장이 있는데, 위 3.1에서 밝혔다시피, 채용 과정에서 신 총장이 허위사실 유포ㆍ위계ㆍ위력을 LBNL측에 행사하여 채용에 개입해야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LBNL 채용 과정에 신 총장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5. 정리

결국, 검찰의 혐의사실 입증이 신 총장의 유무죄를 가늠할 핵심입니다.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입니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채용비리혐의는 경우에는 사실관계가 확정되더라도 업무방해죄인지는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있으나, 배임혐의는 법적 해석보다는 혐의사실의 입증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상, 과기정통부의 자체감사는 계속하고 있더라도 당해 사건과 관련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차피 검찰 수사와 내용이 겹칠 것이고, 검찰은 영장을 통한 강제수사가 가능하고 수사인력도 전문성을 갖추었기 때문에 감사나 언론에 비해 정보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상 유무죄 여부에는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 혐의사실은 수사의 진척 및 성과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2018년 12월 18일 현재를 기준으로, 이 글의 내용 또한 이후의 수사 경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6. 사견

그러나 다음의 세 가지 사안은 지금도 계속 눈여겨보아야 할 듯 합니다.
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3 규정이 지나친 것은 아닌지
② 피혐의자의 방어권이 잘 보장되었는지
③ 소위 '표적 감사'인지

 

6.1.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3 규정이 지나친 것은 아닌지 여부 

우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3은 비위혐의자를 형사고발하면서 직무정지시키는 것을 법으로 강제하고 권장합니다. 이 개정 조문의 의안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안번호 2012192)에서 밝히는 입법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부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사건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나 현행법에서는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운영과 윤리경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별도의 조항이 없으므로 이를 예방하고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 이에 공공기관의 임원이 채용비리·금품비위 등의 비위행위가 있을 경우 수사·감사 의뢰 및 직무정지, 관련 임원에 대한 해임·해임건의, 채용비리 행위자의 명단공개, 채용비리에 의한 부정합격자 및 관련자에 대한 인사조치, 기획재정부장관 또는 주무기관의 장의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행정에 대한 감사 등의 규제조항을 마련하려는 것임."

헌법 및 행정법 법리에는 "과잉금지의 원칙" 혹은 "비례의 원칙"이라 불리는 법리가 있습니다. 이 법원리는 헌법 제37조 제2항을 근거로 합니다. 무슨 원칙이냐면,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제한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제한 수단이 적합해야 하며(수단의 적합성), 제한에 따른 기본권 침해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침해의 최소성),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보호되는 공익이 더 큰 가치를 지니거나 두 법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법익의 균형성)는 일종의 '위헌성 심사' 잣대입니다.

이 법이 만들어지던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비리혐의, 특히 채용비리 문제에서 정부는 기관장의 비리가 드러나더라도 해임 건의 이외의 조치를 하지 않아, 해임 건의 이후에도 직무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여 기관 운영에 파행과 갈등이 유발되고, 검찰 고발도 늦게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가 사회이슈로 부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일부 중대한 비위 혐의에 한하여 신속하게 고발 또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강제하고, 직무정지를 요청하거나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운영 파행 및 갈등을 방지하고 봉합할 목적으로 도입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제조치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은 아닌지, 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지키고 있는지 생각해 봄직도 합니다. 만일 이 네 기준 중 하나라도 지나치다면 해당 조문은 위헌이며, 따라서 그 조문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보호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 즉 피혐의자의 보호보다 우선시 할 목적의 정당성을 가지고, 고발 강제 및 직무정지 요청이라는 수단이 적합하고, 자체감사에서 파악한 혐의만으로  고발 및 직무정지 요청 처분이 피혐의자의 권리를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방법이고, 이렇게 행한 조치가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조문은 헌법에 부합하는 조문입니다. 각자 생각해 볼법한 사안입니다.

제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이 조문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조문이 아닙니다. 감사는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에는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범죄 혐의라면 신속히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하여 범죄 혐의를 수사하며, 이 경우 기관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므로 직무 정지를 요청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합니다. 또한 직무 정지라는 수단은 원할한 기관 운영을 위한 일시적인 처분으로서, 범죄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수단의 적합성" 역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무 정지는 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지거나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다시 직무에 복귀하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침해의 최소성" 역시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간 비리 혐의 기관장이 해임 건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직무를 유지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더 컸으며, 단순한 고발 및 직무 정지에 따른 피혐의자의 권리 침해에도 불구하고 그 침해가 최소한이며 이로 인해서 얻는 공익 또한 크기에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합니다.

 

6.2. 피혐의자의 방어권이 잘 보장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KAIST 이사회의 신 총장 직무정지 표결 유예 결정 직후에 과기정통부측에서 "신 총장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문제로 비화시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이투데이 김성철 기자,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결정 유보... 과기부 "KAIST 이사회 존중"", 2018. 12. 14.)라고 언급했다고 전하는데, 이러한 발언은 신중치 못하며, 자칫 피혐의자의 방어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혐의자,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등의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감사 절차에서 신 총장에게 소명 기회가 제대로 부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하여 '2회의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고 해명함). 

KAIST 교수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신 총장의 감사 및 고발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간략한 입장문을 공표하였습니다.

 "카이스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명이 있다. 카이스트 총장의 막중한 책임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총장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에 있어서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역량을 키우는 카이스트의 꾸준한 정진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이러한 KAIST 교수협의회 운영위원회 입장문은 '방어권 보장'에 집중한 내용이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매우 적절한 입장문이라고 생각합니다.

 

6.3. 소위 '표적 감사'인지 여부

그리고, "신 총장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문제로 비화시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라는 과기정통부 관계자의 발언은 이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을 추방하고 현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를 기관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의도로 행하는 감사인, 소위 '표적 감사'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표적 감사 의심을 받는 사례가 최근에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 '표적 감사'가 맞더라도, 단순히 괴롭혀서 쫓아내는 게 아니라 정말로 감사 중에 심각한 범죄혐의가 포착된 것이었다면 그 '표적 감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표적 감사'를 주장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나중에 혹 혐의가 사실무근으로 판명이 난다면, 그 때에 비로소 '표적 감사'를 언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