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현 사무국장님이 패널로 참석한 「2018 과학기자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오전은 대토론회, 오후는 분야를 나눠서 4개 세션을 진행하였고, 제가 주의깊게 들은 이야기는 세션1: '유사과학과 언론의 역할' 입니다. 그 이후 세션인 기후변화 이야기는 제가 사정이 있어서 일찍 자리를 뜨는 바람에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대토론회도 신분당선 사고로 많이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죠(다만 김찬현 님이 패널로 참여한 종합토론은 녹취를 하였으므로 녹취파일을 공유하겠습니다).

세션1: 엉터리 유사과학과 언론의 역할
이 세션은 이덕환 교수와 원호섭 기자가 발제를 하였습니다. 

먼저 이덕환 교수의 발제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음이온침대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건, MSG논란 등등의 사례 소개와 함께 유사과학이 언론을 통해 어떻게 공신력을 얻고 전파되는지에 대해 다루면서, 이러한 유사과학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다음의 다섯가지 원인을 제시합니다.

1. '기적'과 '신비'를 물리치지 못하는 약한 마음의 '소비자'
2.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관료'와 엉터리 '법과 제도'
3. 과학상식과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
4. 전문성이 부족하고, 비윤리적인 엉터리 '전문가'
5. 전문성이 부족하고, 비윤리적인 엉터리 '언론'

그러면서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여 전문가는 유사과학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언론은 책임감있게 지원하고, 유사과학을 용기있게 방어하는 전문가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요구하는 것으로 발제를 마쳤습니다.

다음 원호섭 기자는 유사과학 취재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발제를 하였습니다. 양자에너지가 어쩌구 해양심층수가 저쩌구 비염치료가 어쩌구 하는 등 여러 사례들을 취재한 경험을 발표했지요. 그리고 고백합니다. '기자는 전문가가 아니다'는 것이죠. 전문가가 알려줘야 기자들이 잘 받아적을 수 있는데, 취재하면 전문가들은 소극적으로 반응하기에 무엇이 유사과학이고 무엇이 진짜과학인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원 기자는 '사이비는 정말 부지런하고 친절하고 똑똑하며 기자친화적이라서 매스컴을 잘 타는데(물론 돈때문입니다), 전문가(과학자)는 부지런한데 바쁘고 쑥스러워하며 기자를 귀찮아하기때문에 매스컴을 못 타므로(손해만 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나서주기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1세션 패널토론에 대해서는 굳이 내용을 상세히 풀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운 패널토론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패널들은 기자들에게 잘좀 써달라고 주문하고, 어떤 분은 대중의 무지를 탓하며, 또 어떤 분은 전문가가 너무 안 나선다고 합니다. 다들 남탓 개인탓을 하고 있어요.

저는 발제의 내용이나 전개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으며, 맞는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두 발제자분의 결론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 물론 패널토론에 나온 이야기들 또한 매우 의문이 듭니다. 이건 마치 소위 '노오오오오오오오력 하라'는 노력드립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발표에서도 잠깐 언급됐었지만, 유사과학옹호론자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유사과학이 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뻥을 쳐서 고객에게 상품을 팔아야 하니까요. 아주 명확한 유인동기죠. 그런데 유사과학을 반박하는 사람에게는 '지식뽐내기' 혹은 '좋은일해서 뿌듯함' 말고는 아무런 유인동기가 없습니다. 오히려 영업방해나 명예훼손으로 소송당하기 딱 좋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유사과학 너머 유사학문과 가짜뉴스 등을 이야기할 때에도 같은 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Harry G. Frankfurt의 『On Bullshit(개소리에 대하여)』에서 말하는 'Bullshit(개소리)'가 바로 딱 이 범주입니다. 소위 '개소리'는 보통의 거짓말보다 해악이 매우 크면서, 반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개소리 하나 반박하기 위해서 매우 많은 입증을 해야하는 노력이 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확산의 결과는 참혹합니다. 환단고기가 그랬고, 가습기살균제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죠. 개소리는 그냥 방치해둬선 안 됩니다.

그런데 이 힘들고 위험천만한 일을 사명감 하나만을 강조하며 강요하는건 아주 비현실적입니다. 몇몇 사람이 그 호소를 따를까요?  오늘 나온 해법들은 공허한 해결책일 뿐입니다. 그건 잘 돌아갈 때 결과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뿐이죠. 성인군자인 사람보다는 성인군자가 아닌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문가가 유사과학을 반박하도록 유도하는 유인동기를 찾고, 반박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