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SC 사무국입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2020년 노벨상 수상 특집으로 회원님들의 논평을 게재합니다.

두 번째 논평은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김항배 회원님이 써주셨습니다.

갑자기 스티븐 호킹이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논평을 써주신 김항배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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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벨물리학상은 로저 펜로즈, 라인하르트 겐첼, 안드레아 게즈, 세 사람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펜로즈는 블랙홀의 형성이 일반상대성 이론의 확고한 예측임을 증명한 공로를, 겐첼과 게즈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서 초거대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확실시되는) 작은 천체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7년 중력파, 2019년 우주론과 외계행성에 이어 2020년에 블랙홀 연구가 수상함으로써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분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블랙홀은 특이점을 내포하고 있어서 일반상대성 이론의 문제아로 취급을 받았지만,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우주의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천체로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블랙홀이란 무엇인지, 어떤 점이 흥미로운지, 그리고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블랙홀 연구에 기여한 바는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블랙홀 얘기를 풀어보겠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이 끝나갈 무렵 아인슈타인은 러시아 전선으로부터 온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에는 그가 그해에 발표했던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본 방정식인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특별한 해가 정확하게 구해져 있었다. 자신의 방정식이 딱 봐도 복잡한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이라 정확한 해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었는데, 구대칭이 있는 경우이긴 했지만 정확한 해를 구한 것에 그는 적잖이 놀랐고, 기꺼이 그 내용을 학계에 소개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카를 슈바르츠실트였다. 이미 잘 알려진 천문학자였던 그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40이 넘은 나이에도 자원입대를 해서 포병장교로 복무를 했는데, 전선에서도 틈틈이 연구를 계속해서 블랙홀 연구의 출발점이 된 중요한 해를 찾아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러시아 전선에 있을 때 자가면역질환인 천포창이 발병했고, 이것이 악화되어 이듬해 죽고 말았다.

슈바르츠실트가 찾아낸 해는 태양이나 지구와 같이 구형인 물체의 바깥쪽에 있는 시공간의 메트릭이었다. 바깥쪽은 물질이 없는 빈 공간이지만 안쪽에 있는 물질의 영향으로 시공간이 휘어진다. 이 시공간의 메트릭을 그의 이름을 따서 슈바르츠실트 메트릭이라 한다. 이 아름다운 메트릭을 일단 적어놓고 보자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나는 미분도 싫고 기하도 싫고 미분기하는 더더욱 싫다는 분께는 (뉴턴의?) 사과를 드린다.

(슈바르츠실트 메트릭)  

이 메트릭의 유일한 매개변수는 상수 이다. 이 상수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려면 일반상대성을 뉴턴 중력과 비교해보면 된다. 이 메트릭을 써서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운동을 구해서 뉴턴 중력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는 뉴턴 중력에 등장하는 중력상수 , 구체의 질량 과 의 관계로 연결된다. 구체의 질량이 주어지면 는 그 질량에 해당하는 어떤 길이가 되는데, 이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 한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구체주변에서 시공간의 휘어짐이 커져서 뉴턴 중력은 더 이상 맞지 않고 일반상대성을 적용해야하는 반지름좌표의 크기를 나타낸다. 태양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크기를 구해보면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태양의 질량()을 넣으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가 된다. 이 값을 태양의 반지름()과 비교해보면 그 비율은 25만 분의 1()로 매우 작다. 슈바르츠실트 메트릭은 태양의 바깥쪽 물질이 없는 곳에서만 적용되고 (태양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태양의 물질을 반영한 다른 메트릭이 적용된다.), 태양의 바깥쪽에서는 의 최대값이 25만 분의 1이므로 시공간이 휘어진 효과는 매우 작다. 그래서 태양계 행성들의 운동에는 뉴턴중력을 써도 잘 맞았던 것이다.

이제 슈바르츠실트 메트릭이 어떻게 블랙홀의 발단이 되었는지 알아보자. 슈바르츠실트 메트릭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어 보이는 반지름좌표 값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으로, 가 0이 아니면 이 무한대로 발산한다. 그런데 이것은 뉴턴 중력에서도 있었던 문제이다. 질량이 인 점 입자가 있으면 주변에 중력퍼텐셜이 의 형태로 생기는데, 이것 역시 에서 무한대로 발산한다. 이것은 질량은 0이 아니지만 크기는 0인, 그래서 밀도가 무한대인 점 입자를 가정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밀도가 무한대인 점 입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 문제는 일단 넘어갈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다른 반지름좌표는 이다. 바깥쪽에서 로 접근하면 거리를 주는 메트릭()은 무한대로 발산하고, 시간의 흐름을 주는 메트릭()은 0으로 수렴해서 가 되면 시간의 흐름이 아예 멈춰버린다. 도대체  근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1931년 아서 에딩턴은 좌표변환을 통해서 자유낙하 하는 사람에게는 에서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다. 하지만 1958년에 데이비드 핀켈슈타인은 에서 지평선과 유사한 현상이 일어남을 밝혔다. 그래서 인 구면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또는 줄여서 지평선이라 불리게 됐다. 빛을 포함한 어떤 물체든 사건의 지평선의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는 없다. 지평선 안에 있는 모든 물체는 으로 떨어진다. 바깥의 관찰자에게는 지평선은 그 안은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검은 구멍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평선이 존재하는 슈바르츠실트 시공간은 ‘블랙홀’로 불리게 됐다.

블랙홀의 지평선에서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과학은 실험이나 관측으로 확인된 것만 믿는 것이다. 일단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크기를 보자. 태양 질량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3km였다. 그러니까 문제가 되는 지평선이 존재하려면 태양 질량을 가진 구체가 크기는 3km보다 더 작아져야 한다. 만약 태양을 반지름이 3km인 구로 압축을 한다면 밀도는 이 되는데, 이것은 원자핵의 밀도()보다 100배나 더 크다. 밀도가 이 정도로 큰 물질이 우주 어딘가에 과연 존재할까? 만약 그런 물질이 없다면 블랙홀 지평선 근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그래서인지 1950년대까지도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도 물론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별의 구조와 동작 원리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 여기에 반전을 가져오는 상황이 서서히 전개됐다. 별도 원자(주로 수소와 헬륨)들로 이루어져 있다. 별을 이해하는 핵심은 중력에 의해 원자들을 점점 더 작은 공간으로 모이는 중력수축과 이를 막는 압력(정확히는 압력의 변화율)의 균형이 어떻게 맞춰지는가이다. 압력은 입자들의 무작위한 운동에 의해 생기므로 입자들이 운동에너지를 얻게 되는 근원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중력수축이 일어나면 중력퍼텐셜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압력이 생긴다. 그렇지만 원자들의 충돌에 의해 온도가 올라가면서 빛을 방출해서 에너지를 내보내기 때문에 중력수축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면서 별의 크기는 줄어들고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은 올라간다. 중심부의 온도가 어느 한계 이상 올라가면 수소 핵들이 뭉쳐서 헬륨 핵이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가능해진다. 이때부터는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는 에너지 손실을 메워서 온도와 압력이 유지되고 중력수축이 멈춰서 안정된 별이 된다. 하지만 핵융합 반응의 연료가 고갈돼서 별의 수명이 다하면 어떻게 되는가가 문제였다. 중력수축이 다시 지속될 텐데, 이것을 막을 압력의 근원이 있을까? 여기에 양자역학의 원리가 등장했다.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 모두 페르미온 입자이고, 한 상태에는 하나의 입자만 있을 수 있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가 적용된다. 좁은 공간에 많은 페르미온 입자들을 집어넣으면 배타원리에 의해 운동에너지가 큰 상태까지 채워지게 된다. 운동에너지가 큰 입자들에 의해 작용하는 압력도 커진다. 이렇게 밀도가 아주 높은 페르미온들은 낮은 온도에서도 큰 압력을 작용하는데, 이를 겹침 압력이라 한다. 전자들의 겹침 압력이 중력수축을 막아서 중심부가 안정될 수 있고, 이런 별을 백색왜성이라 한다. 1931년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는 중심부의 질량이 어느 한계보다 크면 전자의 겹침 압력으로는 중력수축을 막고 안정된 별이 될 수 없음을 밝혔다. 이 한계는 태양 질량의 1.4배로 찬드라세카르 한계라 한다. 중심부의 질량이 이 한계를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중력수축이 계속 되어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분해되고, 점점 더 작은 공간으로 몰아넣어진 전자와 양성자는 중성자로 변환되는 반응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중성자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중성자의 겹침 압력에 강력의 작용이 더해져 중심부가 안정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별을 중성자별이라 한다. 중성자별도 중력수축을 막을 수 있는 한계 질량이 있는데, 태양 질량의 2배 정도로 이를 톨만-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라 한다.

중심부의 질량이 톨만-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마저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당시에 (사실 현재까지도) 알려진 물질 이론에서는 이 수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중력수축을 막을 수 없으면 결국 중심부는 자신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더 작은 크기로 줄어들고 그러면 블랙홀이 될 것이다. 중력수축에 겹침 압력에 어려워서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면, 아주 무거운 별은 수명이 다하면 결국 블랙홀이 되고 말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하자.

별을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별의 일생을 추정해서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등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됐지만, 실제로 이런 천체들이 존재하는지는 관측을 통해서 확인이 돼야 한다. 이 천체들은 방출하는 빛의 양이 작거나 없어서 직접적인 관측이 어렵다. 중성자별의 경우 회전이 빠르고 큰 자기장을 가지고 있으면 강한 전자기파를 방출할 것이 예측이 됐는데, 1967년에 조셀린 벨 버넬과 안토니 휴이시에 의해 주기적으로 강한 전파를 내는 천체인 펄사가 발견되었고 이것이 중성자별임이 확실시되었다. 중성자별의 존재는 별의 일생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 이에 따라 블랙홀도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도 커졌다.

사실 중성자별의 관측 이전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이론적인 추론을 통해서도 강화되었다. 1930년대에 줄리어스 오펜하이머 등은 중력수축을 통해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풀어서 지평선이 생기면 그 안으로 들어온 물질들은 결국 까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어서 밀도와 곡률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이 생긴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특이점이 블랙홀에는 생긴다는 이 결론은 많은 반박을 받았다. 당시에는 중력수축에서 일반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구대칭을 가정했기 때문에 특이점이 나타난 것이라는 견해가 강했다. 하지만 1964년에 로저 펜로즈는 시공간의 위상 구조를 보는 수학적인 방법을 써서 구대칭이 없는 일반적인 경우에도 중력수축에 의해 지평선이 생기면 특이점의 존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곧이어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상황뿐만 아니라 우주의 진화에서 우주의 시작에 해당하는 빅뱅 특이점이 존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두 사람은 공동으로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적절한 에너지 밀도를 가진 물질이 중력수축을 해서 지평선이 생기면 특이점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음을 증명했으며, 이것은 펜로즈-호킹 특이점 정리로 불리게 됐다. 블랙홀과 빅뱅이 특이점을 가지는 것은 일반상대성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임을 보인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특이점의 존재, 즉 어떤 물리량이 무한대가 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많은 물리학자들은 특이점 근처에서는 일반상대성 이론이 더 완전한 이론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아마도 그것이 양자중력 이론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이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일반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는 범위 안에서는 무거운 별의 최후처럼 물질이 중력수축을 해서 지평선이 생기는 상황을 다른 방법으로 막을 수 없다면 블랙홀이 만들어짐은 확실해졌다.

이제 우주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관측으로 증명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빛을 내지 않으므로 직접적인 관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블랙홀 근처에 물질을 공급할 수 있는 다른 천체가 있다면, 이 물질들이 블랙홀이 작용하는 강한 중력의 영향으로 방출하는 빛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주변의 물질들은 대개 회전을 하면서 블랙홀 주변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으며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원반 형태를 이루게 되는데, 이를 강착원반이라 한다. 강착원반에 있는 물질들은 빠른 속력으로 회전하는데, 서로 충돌하면서 고온 상태가 되면서 엑스선을 방출한다. 하지만 블랙홀이 되지 못한 중성자별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엑스선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둘의 구별이 어렵다. 블랙홀이 다른 천체와 쌍성을 이뤄 서로 공전하는 경우에는 궤도의 크기와 주기를 관측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러면 케플러의 법칙으로부터 쌍성의 질량을 알 수 있다. 엑스선을 방출하는 천체의 질량의 크기가 톨만-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보다 크다면 블랙홀일 것이다. 이 방법으로 최초로 지목된 블랙홀의 후보는 백조자리에 있는 엑스레이 쌍성인 Cygnus X1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쌍성을 이루는 동료별이 더 무거워서 블랙홀인지 여부에 불확실성이 컸다.

 

블랙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관측하면서 등장했다. 우리 은하의 중심부 방향으로는 빛을 흡수하는 먼지들이 많아서 가시광선으로는 관측이 안 되고, 먼지를 잘 투과하는 전파나 근적외선을 통해서 관측할 수 있다. 우리 은하의 중심부는 궁수자리(Sagittarius)에 위치하는데, 이 방향에서 강력한 전파가 오는 것이 관측되어 그 전파원을 Sgr(Sagittarius) A라 불렀다. 전파망원경의 해상도가 좋아지면서 Sgr A는 여러 개의 전파원으로 구성됨이 밝혀졌고, 그 중에 크기는 작지만 더 강력한 전파원이 발견돼서 Sgr A*로 불리게 됐다. A에 붙은 * 표시는 원자의 흥분상태를 나타내는 기호를 가져다 붙인 것인데, 이 전파원이 그만큼 흥분시키는 천체였기에 붙였다고 한다. 이 Sgr A*를 공전하는 별들이 많이 발견이 되었는데, 이들의 공전운동을 관측해서 궤도의 모양과 주기를 알아내면 Sgr A*의 배후에 있는 천체의 질량과 존재 범위를 알 수 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라인하르트 겐첼이 이끄는 연구팀이 근적외선 간섭계 망원경으로 오랫동안 관측해서 Sgr A*를 공전하는 별 S2의 완전한 공전궤도를 얻었고, 이로부터 Sgr A*의 배후에 태양질량의 260만 배의 질량을 가진 천체가 1200 천문단위 보다 작은 공간 안에 있음을 알아냈다. (1 천문단위는 지구 공전궤도의 평균반지름으로 이다.) 이후에 더 가까이서 공전하는 별들의 추가로 발견되어 태양질량의 430만 배인 천체가 120 천문단위 이내에 있는 것으로 수정됐다. 120천문단위가 이 질량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천 배 정도 커서 블랙홀이 아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질량의 물체가 이렇게 작은 공간에 있는 것은 블랙홀 이외의 다른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우주에는 퀘이사나 활동성 은하핵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천체들이 있는데, 이 에너지 방출의 배후에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보다 100배 이상 무거운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에는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팀은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간섭계를 구성하여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한 M87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태양질량의 65억 배인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이미지를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블랙홀을 거의 눈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100여년의 연구 끝에 블랙홀의 존재는 확실해졌고, 마침내 노벨상도 주어졌지만, 블랙홀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블랙홀의 지평선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도 불확실하며, 이는 블랙홀 정보역설 등의 문제를 통해 학문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블랙홀은 빅뱅과 더불어 극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로서 계속 연구가 되고 대중의 관심도 받을 것이다. 블랙홀에서 정말 재미있는 얘기들은 지평선 안에 들어 있는데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슈바르츠실트 메트릭을 구해서 블랙홀 연구의 문을 연 카를 슈바르츠실트, 펜로즈와 공동으로 특이점 정리를 증명했고 호킹 복사 등을 통해서 블랙홀을 대중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스티븐 호킹은 넘치는 자격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수여한다는 조건 때문에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이 글을 두 분께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