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아현국사 화재가 드러낸 것은 통신 기술의 ‘무거움’이다. 디지털 통신은 가벼워서 빠른 것이 아니라 무거워서 빠르다. 사람과 사람,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통신은 더 빨라지는 동시에 더 무거워졌다. 더 많은 전선, 설비, 건물, 사람이 통신 인프라를 구성하면서 비로소 더 빠른 연결이 가능해졌다.

통신 산업은 통신의 속성 중 빠름을 앞으로 내세우고 무거움을 뒤로 숨기는 데에 성공했다. 통신 서비스의 질은 영화 한편을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통신 서비스 사용자는 통신이 공기처럼 가볍고 마법처럼 신기한 무엇이라고 믿게 되었고, 뒤로 숨겨진 케이블, 설비, 사람의 무거움은 잊었다. 문제는 통신 사업자가 이 무거움을 자신의 시야에서도 밀어내는 데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무거움이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믿게 되면,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도 거추장스러워 보이고 케이블을 유지하고 복구하는 인력도 쓸데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