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명들은 결이 고르다. 살결도 머릿결도 숨결도. 건강한 정신도 결이 고르다. 마음결도 말결도 글결도.

순우리말 ‘결’은 ‘겹’에서 온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우주의 생명현상 속에서 구성 성분들이 반복하는 패턴을 형성해 ‘겹’을 이룬다고 직관으로 통찰한 모양이다. 그 생명의 자국으로 남은 무늬가 ‘결’이다. 종이에도 결이 있다. 종이를 묶은 책은 세로 방향으로 넘기기에, 종잇결은 세로 방향이 순방향이다. 그 결을 거스르면 책이 성을 내고 억세게 몸을 뒤튼다. 독일어로 종이의 결을 ‘라우프 리히퉁(Lauf Richtung)’이라 한다. ‘달려가는 올바른 방향’을 뜻한다. 결이 순리에 맞아야 책이 곱고 건강하게 오래 보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