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과학콘텐츠 창출 및 보급, 과학문화 확산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바른 과학적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에서는 과학자 및 과학도, 과학에 관심 있는 대중 모두가 과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2020 올해의 과학도서'를 선정했습니다. 

ESC 회원 세 분의 책도 나란히 뽑혔는데요. 김범준 님의 <관계의 과학>, 이한용 님의 <왜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정인경 님의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가 바로 그 것입니다. 세 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한다. 이렇게 세상의 기본단위가 되는 작은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법칙을 찾아내어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물리학자다. 그런데 여기 한 통계물리학자가 아주 재미있는 또다른 모델 시스템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인간 사회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관계를 맺는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물리학과 수학의 방법론을 적용해 답을 시도한다.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운동이 언제 정권을 바꿀 만큼의 힘을 낼 수 있는지에 ‘상전이’라는 개념을 참고한다. 국회의원들 중 누가누가 친한지 ‘네트워크 이론’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술에 만취한 사람을 어디에서 찾으면 좋을지 과학적인 계산 방법을 제시한다. 읽다 보면 경이롭고 즐겁다. 복잡계 물리학이  풀어내는 세상 속에 한 번 푹 빠져보시라!

장 동 선 (뇌과학자, 과학커뮤니케이터)

이 책의 저자는 전곡선사박물관의 관장이다. 그는 30년 전인 1990년부터 전곡의 구석기 유적지를 조사하고, 구석기축제를 기획∙운영하고, 박물관을 만들고 학예실장을 거쳐 마침내 박물관장이 되었다. 그는 국내외의 발굴현장에서 유적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직접 ‘짱돌’을 깨서 주먹도끼를 만드는 장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물로만 생각하는 석기를 직접 만들고 그 석기로 고기나 가죽을 자르는데 사용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만년 전 선사시대를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 진화의 산물인 우리는 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준다. 저자는 고고학자이지만 그의 말대로 ‘석기는 과학입니다’.

백 두 성 (노원우주학교 관장)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달력을 만드는 것도, 상대성원리를 찾아내는 것도 인간의 활동이고,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신화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도 인간의 활동이다. 정인경의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는 이 모든 인간의 지적 활동들 중 관찰과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과학의 역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서양 과학사 위주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인간 지성이 현실화한 모든 가능성들을 조망하고 있는 이 책은, 좋은 융합적 저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각기 다른 환경과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과학이 서로 주고 받고 있는 영향들을 폭넓게 기술함으로서, 가장 근본적으로는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삶 자체, 인간 지성의 본질을 이해하게 하는 일에 성공하고 있다. 대중들의 눈 높이로 씌여진 친절한 책이면서도,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 가볍지 않은 점. 서양근대주류과학의 흐름 바깥까지 펼쳐진 넓은 시야도 이 책을 주저 없이 올해의 과학도서 중 한 권으로 선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최 진 영 (과학과사람들 대표, 선정위원장)